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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이야기/제라늄

제라늄 원종회귀 (리버전 reversion) 사건, 넌 누구니

by caffettiera 2022. 6. 1.
스완랜드 핑크 Swanland pink


스완랜드 핑크 Swanland pink
삽목이 아주 잘 되는 종 입니다.
선물하거나 동사로 보낸 아이들 제외하고도
현재 키우고 있는 삽목이만 9개 입니다.
일부러 삽목을 많이 한 것은 아니었고,
이런저런 사고로 생긴 가지들을 버리기 아까워
삽목하다보니 이렇게 늘어났네요.
(빨래를 널고걷다가 떨어뜨린 옷걸이에 맞아 부러진 경우; 빨래건조와 가드닝을 한 공간에서 함께 해야하는 좁은 베란다입니다;
좁은 공간에 앉다가 엉덩이로 가지를 부러뜨린 경우ㅜ,
냉해를 입어 죽어가는 아이를 조각내서 삽목하게 된 경우 등
사고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무튼 그중 몇몇 아이들이 꽃을 피우겠다고
꽃대를 올렸는데요,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꽃대를 올린 한 삽목이의 꽃봉우리 색상이
스완랜드 핑크답지 않게 너무 희멀건 했던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햇빛이 부족했던 것인지,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 약한 아이였던 것인지,
의아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흰색에 가까웠던 꽃봉우리 색상이
시간이 지나자 연한 분홍색으로 물들더군요.
꽃봉우리만 보면
엠마 프론 벵스트보 Emma fr. Bengstbo
꼭 같아 보입니다.



드디어 봉우리가 퐝~ 터지고 꽃이 피었는데!
엥? 넌 누구니?

스완랜드 핑크와는 전혀 다른 꽃이
피어있던 것이었습니다!
화형도 다르고,
색상도 다르고,
꽃의 크기 또한 달랐습니다.
꽃은 로즈버드 Rosebud의 특징은 없고
전형적인 조날 Zonale의 화형이었습니다.
다른 아이와 헷갈릴 수도 없는 것이
집에 없는 꽃이었고,
부비부비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꽃이 생길 가능성도 없습니다.
도깨비방망이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죠~


폭풍검색을 하여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린 바,
원종회귀가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원종회귀란,
원종으로의 회귀 - 잎사귀의 화려한 무늬라든가, 장미나 튤립모양으로 꽃잎이 변형되어있는 제라늄에서 간간이 원래의 녹색잎이나 평범한 꽃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원종회귀, 또는 리버전(reversion)이라 부른다.
무늬잎보다는 녹색잎이 제라늄의 생존에는 더 적합하기에 해당 가지의 성장도 왕성하며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차츰차츰 잠식해들어가 나중에는 녹색잎만 남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녹색잎이 나오는 가지는 제거하고, 번식시에도 원하는 잎이나 꽃의 형질이 강하게 나오는 가지만을 골라 삽목한다. (자료출처:나무위키)

아~ 이렇게 스완랜드 핑크의 조상님을 모시게 되다니ㅋㅋㅋ

이 조상님의 정체는 무엇일지
찾아보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알 길은 없고,
사진으로 봤을 때 비슷해 보이는 꽃이
모르비카 드로트닝 잉글리드 이네요.

그래서 조상님께
'넌누구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원종으로 회귀되면 이전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니
공짜로 새로운 제라늄을 얻은 셈이네요.
(득템해따아~~)
잘 키워서 2세도 보고싶네요^^

우리집에 있는 제라늄 중에서는
살몬 콤테스 Salmon Komtess
가장 비슷한데요,
하지만 잎이 전혀 다르고
화형은 비슷하나
색상이 다릅니다.
살몬 콤테스넌누구니의 비교사진 입니다.

좌) 살몬 콤테스 Salmon Komtess / 우) 넌누구니


제라늄 넌누구니의 모습 입니다.


마지막으로 넌누구니의 모주인
스완랜드 핑크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