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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먼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 에피소드 2 – 이탈리아 우편제도의 불평에 대한 끄적거림

by caffettiera 2009. 1. 14.

신이 주신 선물, 지중해의 태양을 맘껏 누리며 사는 나라 이탈리아…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인들은 매사가 여유롭다.
공공기관의 느리며 부정확한 업무처리 능력은 세계가 공인하는 이탈리아의 특성이라고나 해야 할까…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아주 오래 전부터 공포하지 않았는가 ㅎ


[먼 북소리]를 읽다보면 무라카미 씨가 겪은 이탈리아 우편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그러나 사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 의아해했다.
내가 이탈리아에 있던 시절에는 우편 문제는 의외로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서 보낸 날짜와 이탈리아에서 보낸 날짜에 거의 오차없이 제때 우편을 송/수신 했다.


내가 이탈리아에 머물렀을 때가 2000년이고, 무라카미 씨가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있었던 시기가 약 1988년 쯤(그리스인지 이탈리아에서 TV로 88 서울 올림픽을 봤다는 둥 하는 내용으로 유추)이니 , 약 10년이라는 공백이 있기는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이탈리아도 변하기는 하는가 보다.


우편에 관한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겨울, 이탈리아 시에나에 있을 때 였다.
엄마가 김장을 하셔서 김치를 보내셨다고 했다.
(김치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짜파게티, 김도 세트로^O^)
그 당시 한국에서 물건을 보내면 공휴일을 제외한 4일이 지난 후에 정확히 우편을 받곤 했다. 김치가 도착할 예정인 날, 오매불망 김치를 기다리면서 초조하게 집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우체국에서 연락이 없는 것이다.
오후 시간이 점점 늦어지면서 내일 오려니하고 생각하며 슬슬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한국이라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기했겠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우편 배달 따위를 위해 책임감 있게 오후 늦게라도 방문할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기다리고는 있었지만 살짝 샤워만 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막 샤워부스에 들어가서 샤워기의 물을 몸에 받는 순간!!

밖에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름 후다닥 최대한 절차를 생략하고 외부에 나갈 수 있는 옷을 걸치고 창문을 열었으나…

내가 본건 ㅜㅜ


뒤도 안돌아 보고 슝 가버리는 우체국 차량의 뒷모습이었다.


세상에… 업무를 마쳤을 시간에 배달을 오다니, 아악~~~~~~


2-3번 이상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외쳤을 뿐인데,,,채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제때 받지 못한 물건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들다.
보통 그 지역의 기차역에 있는 물품창고 같은데서 찾는데, 나의 물건은 왜인지 알 수 없는 멀리 있는 이상한 도시에 갖다 놓았다.
다행히 울 천사 같은 집주인 아주머니 투르키 여사(나의 한국이름 발음이 어렵다며, 내 동의도 없이 나를 이탈리아 닉네임 마리아라고 부르셨다 ^^;)님이 그곳까지 가서 내 귀중한 김치를 찾아 주셨다. 물론 내 김치와 김은 내입에만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었다. 집주인 아들의 favorite food였던 것이다 ㅎㅎ


아무튼 이탈리아에서 우편업무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혹은 다시 이탈리아를 여행할지 모르는 무라카미 씨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정확한 우편업무 처리를 원한다면 시에나에서 보내면 된다고…

  

 

 ↑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오프닝 촬영지, 
    만쟈탑에서 내려다 본 캄포

↑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스틸컷, 팔리오 축제
    출처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홈페이지 갤러리

 

↑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오프닝 촬영지.
  
이 영화에서 세계적인 경마페스티벌 '팔리오'를 살짝 엿볼 수 있음.
   팔리오가 끝난 후 시상 행사, 중세 시대 의상입고 소속한 콘트라다의 기를
   들고 나온다.
   우승한 콘트라다 주민들은 아기 우유병에 포도주를 마시며 시가행진을
   하고, 패배한
콘트라다 주민들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승자에게 선물을
   바치는 벌칙이 있다~

↑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스틸컷
    색명 중에 시에나가 있다. 영화 속 장면에서 보듯이 붉은 적갈색의 도시가
   바로 시에나이며, 색의 명칭으로 고유명사가 된 곳...
    르네상스 때 피렌체의 메디치와 대립했던 공국 시에나는 중세시절 모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이다.
    출처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홈페이지 갤러리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오프닝 촬영지, 시에나 전경

   규모는 작지만 이탈리아에서 손꼽는 아름다운 두오모로 정평난 시에나의
   두오모.
영화에서는 격렬한 액션씬으로 아름다운 기물을 마구 파손하는
   장면이 난무 -_-;